일전에 얘기한적 있지만... 내가 좋아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 못지 않게 무뚝뚝합니다. 좋아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보고 싶다는 말도.. 닳을까봐.. 아끼고 아끼고.. 또 아끼는 사람이고.. 자기 친구들하고 있을 때는 내 전화도 잘 받지 않는 무심한 사람이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둘이 무슨 사이냐구 물으면.. 서슴없이 사촌동생이라고 말하는 눈치없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그런 오빠가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당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군에 입대하기 한달 전에 우리 헤어짐을 말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3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음을.. 우리는 그때 알수 있었습니다. 헤어짐이라는 말이 익숙치 않았던 오빠랑 나는.. 그 한달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었더랬으니까요. 그리고나서.. 군에 보내고.. 훈련소에.. 몰래 따라갔던.. 나는.. 날 보고 좋아하던.. 오빠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연병장에 오빠를 두고 나오던 그 때.. 오빠 얼굴이 눈에 밟혀서.. 오빠 친구들이 끌고 나올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훈련소 앞에서 내내.. 날 쳐다 보지도 않았던 오빠가.. 연병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딱 한번.. 나를 살짝 안아주고 끝내 눈물을 보이고 들어가던..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비교적.. 군에 적응을 잘 하고.. 우리 오빠는 누구보다 잘.. 군 생활을 잘했고..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니.. 잘 지내고 있는줄 알았습니다. 여느 때랑 다름없이 어제 저녁에 전화가 왔고.. 오빠는..
지희야.. 나 지금... 미치겠다.. 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 나 이상하지?
그렇게 듣고 싶었던 말.. 보고싶다는 그 한마디가.. 듣기 좋을것만 같던 그 말이.. 너무나 슬펐습니다.. 오빠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는 그 생각에.. 대장님 전령이라 훈련도 안받는다고.. 그래서 덜 힘들꺼라.. 맘 놓고 있었는데..
사회에 있을 때.. 우리는.. 제가 매일 기다렸습니다. 약속시간보다.. 항상.. 30분씩 늦게 나오는 오빠를 당연하게 기다렸었고..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을.. 기다리며.. 전화만 쳐다보기도 했었고.. 그런데... 지금은... 오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난 잘 지내고 있었거든요.. 참 우습죠.. 우리는 정말로.. 내가 오빠를 기다리는 게 아닌것 같습니다. 오빠가 지희를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 편지를.. 내 마음을.. 그리고.. 내 믿음을..
오빠 군대 가고 나서.. 새벽에 문득.. 오빠한테 전화했다가.. 내 옆에서 핸폰이 울려서.. 밤새 울었던 적이 있었더랬습니다. 어제는.. 오지도 않을 오빠 전화를 기다리면서.. 밤새.. 아주 긴.. 편지를 썼습니다...(200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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